[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97. 소원(疏遠)


'왜 모질게도 긴 담을 쌓았을까'.

낯설어진 중국을 보면서 새삼 돌아보는 중국의 장벽이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가 멀어짐을 지칭할 때 쓰는 낱말이다. 가까이 있었으나 멀어진 사람, 또는 그런 관계를 모두 지칭한다. 막역했던 친구가 어느 날 문득 낯선 상대로 여겨질 때 이 말을 쓸 수 있다.

 

단어를 구성하는 첫 글자 ()의 원래 새김을 푸는 데는 의견이 엇갈린다. 그러나 전체적인 흐름은 막혀 있던 것을 트이게 만드는 행위와 관련이 있다. 그런 맥락에서 만들어진 단어가 소통(疏通)이다. 가득 차거나, 빽빽하게 막혀 있던 무언가를 뚫거나 잘라 다른 곳과 통하게 만드는 일이다.

 

그로부터 이 글자는 사이 등을 떨어뜨리다의 의미를 얻는다. 소산(疏散)이라는 낱말이 생겨나는 흐름이다. 함께 모여 있던 것의 사이를 떼 벌려두는 일이다. 소개(疏開)도 그와 같은 새김이다. 틈이 벌어져 마침내 사이가 멀어진다는 의미는 그로부터 생겼을 것이다.

 

분산(分散)에 이어 결국 멀리 떨어지는 모양, 사람의 사이 등이 멀어지는 소원(疏遠)이라는 단어의 조합은 따라서 글자의 연역 과정 중반에나 가능했을 일이다. 그럼에도 멀리 떨어지다, 사이가 듬성듬성하다 등의 맥락에서 생겨나는 단어 조합은 적지 않다.

 

우리는 특히 사람의 교제(交際) 상황을 일컬을 때 이런 흐름의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친소(親疏). 친하냐, 아니면 관계가 서먹할 정도로 머냐를 따질 때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다. 또 자주 사용하는 단어는 소외(疏外).

 

관계 등이 멀어져 무리로부터 떨어지는 경우, 또는 그렇게 사람을 멀리 떼어 놓는 행위 등을 일컬을 때 쓰는 말이다. 소척(疏斥)도 같은 흐름인데, 단지 능동적으로 사람을 멀리 하는 행위다. 시쳇말로 하면 왕따만드는 행위다.

 

빽빽하며 가득 차 있던 것이 모양을 달리할 때가 있다. 잎사귀를 모두 떨군 나무가 좋은 예다. 하나둘씩 떨어뜨린 잎이지만 어느 날 문득 바라본 나목(裸木)은 이상하게 비칠 때도 있다. 이런 때 사용할 수 있는 말이 생소(生疏). 문득 느끼는 낯선 모습, 또는 그런 상태 등을 지칭할 때 등장하는 말이다.

 

낯설어지다가 점점 더 멀어져 싫어질 때도 있다. 환경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다. 그런 심경을 잘 표현한 시구가 있다. 중국 최고 전원파 시인 도연명(陶淵明)의 시에 나온다. 번잡한 속세와 구질구질한 세속의 삶이 싫어 전원으로 돌아온 시인의 마음이다.

 

그는 한적한 곳에 집을 짓고 사는 이유가 뭔지를 우선 묻는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한다. “마음이 멀어지면 절로 외진 곳을 찾는다(心遠地自偏)”고 읊는다. 마음이 멀어져 몸 또한 그로부터 떠나는 경우를 표현했다. 사람들이 지금도 즐겨 외우는 명구다.

 

우리도 요즘의 중국을 보면서 그리 해야 할까.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에 온갖 보복을 감행하는 중국이 생소하다. 유치해서 치졸하다는 인상도 준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우리의 그릇된 기대와 욕망이 착시를 불렀을 수도 있다. 중국은 원래 제 이익에는 무척 민감하며 그를 지키고 확대하려는 전략의 바탕이 매우 풍부하게 발달한 국가다.

 

본색(本色)이 그렇고, 진면목(眞面目)이 그렇다. 풍성한 나뭇잎에 가려서 그동안 나목(裸木)으로서의 중국을 우리가 제대로 살피지 못한 점도 있다. 이제 중국을 제대로 관찰해 대응해야 한다. 생소하다고 해서 마냥 소원해질 필요는 없다. 의존도를 줄이면서 우리의 실력을 더 쌓아 품격 높은 소통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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